지난 19일 (사)우리겨레하나되기대전충남운동본부는 5.24조치 5주년에 즈음해 대전 최초 개성공단에 입주한 (주)에스엔지의 정기섭 대표(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와 원산지역에 합자회사형태로 투자한 아이니무역 서영진 대표와 특별좌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좌담회는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기업지원부장을 역임했던 김진향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도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5.24조치는 개성공단의 성장을 멈추게 한 조치 지금의 남북관계는 MB 때보다 더 악화 | | | ▲ 대전 최초 개성공단에 입주한 (주)에스엔지의 정기섭 대표(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가 특별좌담회에 참석해 개성공단 현황과 사업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통신원] |
현재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주)에스엔지 정기섭 대표는 “원래 개성공단은 최초 남북 간 합의할 때는 총규모 2천만평의 3단계까지 확장되었을 때 지금 창원시만큼의 공단을 세우려했다. 하지만 현재는 1단계 100만평에 머물러 있고, 현재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은 124개로, 5년 전 5.24조치 때와 지금의 업체수가 같다”고 말했다. 이는 5.24조치로 인해 신규투자 자체를 원천 금지했기 때문에 신규업체가 들어설 수 없고, 다만 투자자만 바뀌는 기존 업체를 사고파는 것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이어 “사업 환경은 2년 전에 개성공단의 잠정중단 이후 더욱 안 좋아졌고, 90%이상의 기업들이 중소규모로, 제품을 생산하여 납품하는 기업들이 주를 이루다보니 남북관계 악화에 따라 영향을 받고, 임금문제만으로도 상당히 진통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또한 “북측에서 노동규정을 작년 11월 달에 바꾸면서 정부와의 시각차가 확연히 드러나는 틈새에서 입주기업들은 이렇게도 저렇게도 하지 못하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 되어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정기섭 대표는 개성공단기업협회 협회장이 되자마자 처음으로 진행했던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를 소개했다. “5.24조치는 그 정당성 여부를 떠나 우리에게 득보다는 실이 더 크고, 남북관계를 이대로 긴장․갈등 국면으로 갈 게 아니고, 긴장을 완화시키고 관계를 개선시키는 방향으로 나가려면 5.24조치는 하루라도 해제되는 게 마땅하다고 밝혔더니 통일부에서 ‘다른 업종은 5.24조치로 인해서 대부분 문 닫은 상황이지만 개성공단은 5.24조치 중에 예외적으로 특혜를 줘서 지속하게끔 해줬다’고 이야기 하더라.” 이어 정 대표는 “5.24조치를 통해서 북의 돈줄을 죄자는 것이 의도였는데, 북한은 대부분의 물건을 중국에 다 팔았고, 우리는 중국을 통해 그 물건을 더 비싼 값에 들여오는 결과가 되었다”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제재는 효과라는 측면에서 봐야하는데, 제재를 가한 쪽에서 손해가 더 크고, 제재를 받은 쪽은 별로 손해를 입지 않는다면 그러한 제재를 지속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고 말을 이었다. 정기섭 대표는 “지금의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 때보다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개성공단마저도 언제 문 닫을지 모르겠구나’는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효용성 측면과 남북관계 상황에서 시급히 5.24조치를 해제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은 원래 계획의 1/20수준에서 성장을 멈추고 계속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고 정리했다. 정부를 믿고 북한에 투자했던 기업 피해 막기 위해 5.24조치 해제 서둘러야 | | | ▲ 원산지역에 합자회사형태로 투자한 아이니무역 서영진 대표도 특별좌담회에 참석해 "5.24조치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조속한 5.24조치 해제를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통신원] |
원산에 북한과 합자형태로 다슬기 공장을 세워 투자한 아이니무역은 5.24조치로 인해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서영진 대표는 “다슬기는 잡는 것부터 껍질을 까는 것, 포장까지 노동력이 많이 필요할 뿐 아니라 농수산품은 국내 유통에서 중국산보다는 북한산이 더 친화도가 높아 북한에 공장을 세우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서 대표는 “이런 구멍가게(공장)가 북한에 많이 들어가야 통일의 초석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대북투자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은 5.24조치로 인해 설비했던 공장이 제대로 있는지 확인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연락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말했다. 서 대표는 “투자 당시 북측에서는 투자금에 대해 보증하기로 했지만, 5.24조치를 우리 정부가 먼저 막았으니 북측에 보증약속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한탄하며, “정부를 믿고 북한에 투자했던 기업인들의 더 이상 피해를 막고,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5.24조치 해제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최저임금 인상 문제, 정부와 기업은 입장이 다르다 개성공단 최저임금 인상 문제에 대한 기업들의 입장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정기섭 대표는 “전 세계에서 최저임금을 도입한 나라에서 인상액 5% 상한선을 갖고 있는 나라는 없기 때문에 북측의 주장도 나름의 타당성을 갖지만, 개성공단 조성에 남측 정부의 예산이 투여되고, 매년 투자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규정을 바꿀 때는 상의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북측에서는 잘못된 규정에 대해서 입법기관에서 고칠만한 문제를 고친 주권문제이기 때문에 합의나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말했다. 이에 기업들이 선택한 것은 70.35달러로 되어 있는 최저임금은 인상하지 않고 성과급과 상여금을 올려주는 형식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선택에 대해서도 정부는 기업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정기섭 대표는 “정부는 임금을 지급한 기업들에게 어떤 항목으로 임금을 지급했는지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고, 더 나아가 “임금을 관리위원회에 위탁하라고 요구까지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기업들이 정부에 협조를 해야 하겠지만, 임금 위탁은 남북 간 힘겨루기에서 북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 되기 때문에 파장이 너무 클 것 같아 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와 기업은 입장이 조금 다르다”며, “정부는 기업들이 정부의 방침을 그대로 따르기를 바라지만, 기업은 생존을 하고 생산 활동을 정상적으로 해가면서 시간을 갖고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는 우선 기존 임금대로 받고, 차액과 연체료는 남북 간 협의 결과에 따라서 소급 정산하겠다는 내용의 담보서를 기업협회장 이름으로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북측에 밝혔고, 이에 대해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박철수 부총국장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문제에 대해 “22일 박철수 부총국장과 만나 최종 결정을 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개성공단의 성격과 위상 변질은 5.24조치부터가 아니라 MB정권 출범 때부터 | | | ▲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서 기업지원부장을 역임했던 김진향 교수(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 김 교수는 "개성공단의 성격과 위상 변질은 5.24조치부터가 아니라 MB정권 출범 때부터다"고 주장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통신원] |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서 기업지원부장을 역임했던 김진향 교수(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는 이날 특별좌담회에 참석하여 “개성공단의 성격과 위상 변질은 개성공단 동결조치가 발동된 2010년 5.24조치 시점부터가 아니라, MB정권이 출범한 2008년 2월부터다”고 말했다. 2008년 이명박 정권 출범을 기점으로 개성공단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상적 공단’에서 ‘비정상적 공단’으로, 남북이 공동으로 운영하던 공단에서 북측의 공단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는 것. 이전까지 개성공단은 남북 간에 상호존중과 화해협력의 정신을 바탕으로 평화공존과 상생번영, 경제적 번영까지 추구했던 곳이었기 때문에 개성공업지구법 1장 1조에 ‘개성공업지구는 공화국의 법에 따라 관리운영하는 국제적인 공업지역’이라고 명기되어 있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곳이었다는 것이다. 개성공업지구법은 개성공단의 개발, 관리, 운영 등을 위해 2002년 11월 20일 북측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3430로 채택된 북측의 법이다. 하지만 김진향 교수는 “개성공단은 남북관계가 적대적 대립관계로 가는 순간 ‘상호존중과 화해협력의 장’에서 ‘불신심화의 장’으로 성격이 변화했고, 이때부터 북측은 개성공단을 화해협력의 공간이 아니라 일방적 공간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의 성격과 위상이 변질된 이유에 대해 김 교수는 “출범과 더불어 MB정권은 6.15선언과 10.4선언을 부정했기 때문”이고, “북측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 당국자 회담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남측은 회피와 무시의 연속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북측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각종 규범 규정 개정을 요구했을 때도, 북측이 개성공단 운영과 관련한 규정들을 변화된 환경에 따라 현실화하기 위해 법개정을 요구했을 때도 남측은 회피와 무시로 일관해 왔고, 이에 북측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면 남측은 북측의 일방적 발표에 항의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며 개성공단의 비정상화가 장기화되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김 교수는 “개성공단이 돌아가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MB정권은 출범과 더불어 개성공단이 문 닫을 경우 파장과 관련한 비공개용역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애초 계획에 비해 1/20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이미 124개의 기업과 수천 개의 협력업체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매일 공장이 가동되고 있기 때문에 개성공단 폐쇄와 같은 극단적인 일은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현재는 개성공단 비정상화가 장기화되면서 원래의 개성공단의 성격과 위상이 변질되었지만, 개성공단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너무 간단하게도 남북이 ‘상호존중’의 상태로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 실리를 가지고, 남과 북이 상호존중하게 된다면 개성공단 정상화를 넘어 폭발할 수 있는 남측의 제2의 한강의 기적과 북측의 대동강의 기적을 함께 만들 수 있다”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현재 대북전문가들조차 북한에 대해 너무 모른다”며, “지금 북측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경제적 변화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 | | ▲ (사)우리겨레하나되기대전충남운동본부는 5.24조치 5주년에 즈음해 대전 최초 개성공단에 입주한 (주)에스엔지의 정기섭 대표(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와 원산지역에 합자회사형태로 투자한 아이니무역 서영진 대표와 특별좌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좌담회는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기업지원부장을 역임했던 김진향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도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통신원] |
한편, 이날 특별좌담회를 개최한 (사)우리겨레하나되기대전충남운동본부 이상호 상임대표는 “‘통일은 대박이다’고 최고 권력을 갖은 사람이 얘기를 했는데, 그 최고 권력자가 뭐가 두려워서 5.24조치를 해제하지 않는가?”라고 묻고, “분단 70년인 올해, 5.24조치 해제로 남북교류협력이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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